신격변신형
인간이 시련을 통과해 신으로 좌정하는 변신

1) 정의
신격변신형은 인간,왕,자연물,신이 아닌 존재가 변신을 통해 신,수호신,조상신,무조신,산신,장소신 등 신성한 존재로 변화하는 유형이다. 앞선 문서가 인간·동물·식물·광물변신형이 변신 이후의 몸이나 물질을 중심으로 한다면, 신격변신형은 변신 이후 획득한 존재의 위상과 직능을 중심으로 한다.
엄밀히 말해 신격변신형은 외형 변화보다 존재 위상의 변화에 가깝다. 다만 이 위키에서는 ‘변신 이후 무엇이 되었는가’를 넓은 기준으로 삼아, 신격을 획득한 경우도 외양 기준 분류 안에서 함께 다룬다.
오세정은 한국 신화의 변신을 신·인간·자연물 사이의 존재론적 변화로 보고, 그중 ‘신이 아닌 존재가 신으로 변신하는 경우’를 주요 유형으로 제시한다. 특히 무속신화에서는 주인공이 시련을 겪은 뒤 서사 말미에 신격으로 좌정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본다.
신격변신형에서 인물은 버림, 죽음, 가족 해체, 출산, 저승 여행, 공동체의 위기, 왕권의 결핍 같은 문제를 통과한 뒤, 그 고난과 연결된 영역을 관장하는 존재가 된다.
2) 서사특징
신격변신형은 대체로 시련, 죽음,희생, 과업 수행 이후에 발생한다. 인간이 고난을 겪고 공동체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한 뒤 신으로 좌정하는 구조가 많다. 무속신화 속에서 인간존재가 신격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쉽게 확인된다.
① 바리공주
그림6바리공주,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바리공주」에서 바리공주는 왕가의 딸로 태어나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버림받고, 이후 부모를 살리기 위해 생명수를 구하러 저승에 가까운 공간을 통과한다. 오세정은 바리공주가 부모 회생이라는 과제를 수행한 뒤 무조신으로 좌정하는 구조를 인간에서 신격으로의 변신 사례로 정리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도 「 바리공주」를 망자 천도굿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로 설명하며 바리공주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령으로 알려져 있다고 정리한다. 바리공주는 버려진 존재였기 때문에 버림받은 결핍은 저승길을 통과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생명수를 구한 경험은 망자의 길을 인도하는 신직으로 전환된다. 즉 바리공주의 신격화는 ‘시련을 이겨낸 보상’이 아니라, 시련 자체가 신적 직무의 근거가 되는 구조이다.
② 당금애기
「 당금애기」또는 「 제석본풀이」는 출산과 생명의 질서를 중심으로 한 신격변신형이다. 당금애기는 신적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임신하지만, 가족과 공동체 질서 안에서는 버림받은 존재가 된다. 그러나 출산과 양육의 과정을 통과한 뒤 삼신으로 좌정하게 된다. 당금애기 계열의 신격변신은 인간 사회에서 비난 받는 임신과 출산을 신화적 차원에서 다시 배치한다.현실의 규범 안에서는 수치와 추방의 이유가 되었던 임신이 무속신화 안에서는 생명과 자손, 복을 관장하는 신성한 사건으로 바뀐다. 따라서 당금애기의 신격화는 여성의 수난을 미화로 여기기 보다 인간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문제를 신적 질서로 옮기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이공본풀이
「 이공본풀이」는 신격변신형이 특정한 직능신의 내력으로 나타나는 사례다. 「 이공본풀이」는 제주 굿에서 서천 꽃밭의 주화관장신, 꽃감관의 내력을 풀이하는 서사무가이다. 「이공본풀이」의 서사는 생명과 죽음의 질서를 꽃이라는 매개로 조직한다. 원강아미와 할락궁이는 가족 해체, 죽음, 탐색, 회복의 과정을 거치며 단순한 가족서사의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꽃을 관리하는 존재, 곧 생명과 멸망의 가능성을 다루는 신적 직능과 연결된다.
④ 차사본풀이
「 차사본풀이」는 인간이 저승의 직능신으로 전환되는 사례다. 차사본풀이는 제주 굿에서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차사의 내력을 풀이할 때 불리는 서사무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이 본풀이가 이승의 인물 강림이 저승 염라왕이 차사가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강림은 이승의 질서 안에 속한 인물이지만, 저승의 문제와 마주하고 염라왕과 연겨로디면서 죽은 이를 인도하는 차사로 위상이 바뀐다. 여기서 신격변신은 숭배받는 신이 되는 것보다, 죽음의 행정과 경계 이동을 담당하는 역할을 얻는 데 초점이 있다. 강림은 저승과 이승 사이를 오가는 존재가 되며, 인간 사회의 바깥에 있는 죽음의 질서를 인간 세계와 연결한다. 바리공주가 망자를 인도하는 제의적 신격이라면, 강림은 저승의 법과 의무를 수행하는 차사형 신격에 가깝다. 이는 신격 변신형이 반드시 자비롭거나 구원적인 신 뿐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격변신은 안내자, 심판자, 집행자, 관리자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⑤ 건국신화
건국신화에서도 신격변신형이 나타난다. 단군은 고조선을 다스린 뒤 아사달의 산신이 되는 존재로 전승되고, 탈해는 사후 동악신으로 신성화된다. 오세정은 단군과 탈해처럼 지상에서 출생하거나 인간적 속성이 강한 건국 주인공들이 사후에 신격화 되는 것은 탄생 단계에서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신성을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장치라고 본다.
이 경우 신격변신은 무속신화의 신직 획득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건국신화의 신격변신은 공동체의 기원과 정치적 권위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왕이 죽은 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격체로 남는다는 설정은 국가와 지역의 질서가 단순한 인간의 통치가 아니라 신성한 기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3) 지역별·문헌별 차이
① 무속신화
무속신화에서는 인물이 고난을 겪고 특정 신직을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인간적 인물이 죽음·출산·생명·저승·꽃밭 같은 영역과 접촉한 뒤, 그 영역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가 된다. 이때 신격화는 개인의 구원보다 제의의 필요성과 연결된다.
② 바리공주 계열
바리공주 계열은 지역에 따라 명칭과 구연 맥락이 달라진다. 서울 지역에서는 말미거리, 호남 지역에서는 오구풀이, 동해안 지역에서는 발원굿 등으로 전승되며, 바리데기·비리데기 같은 명칭도 함께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바리공주가 지역별 제의 맥락에 따라 망자 인도자, 버려진 딸, 저승 여행자, 무조신의 성격을 다르게 강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③ 제석본풀이 계열
제석본풀이 계열은 출산·자손·복과 연결된 신격변신형이다. 지역에 따라 당금애기, 시준굿, 제석풀이,초공본풀이 등으로 변주되며 어떤 판본에서는 당금애기의 수난과 신격화가 강조되고, 또 다른 판본에서는 아들들의 신직 획득이 더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 유형은 여성의 출산 수난과 신성시되는 생명 질서가 지역별 무속 의례 안에서 어떻게 달리 배치되는지를 보여준다.
④ 제주 본풀이
제주 본풀이에서는 신격변신이 특히 직능신의 내력으로 구체화된다. 이공본풀이의 꽃감관은 생명과 꽃의 질서를, 차사본풀이의 강림은 죽음과 저승 인도의 질서를 담당한다.
⑤ 건국신화
건국신화의 신격변신은 무속신화와 달리 제의적 직능보다 왕권과 시조성 강화에 가깝다. 단군이 산신이 되고 탈해가 동악신이 되는 구조는 통치자나 시조가 죽음 이후에도 특정 장소와 권위의 근거로 남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4) 창작 활용 포인트
신격변신형을 창작에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이 겪은 사건과 신이 된 뒤 맡는 역할이 논리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신격화의 대가를 설정해 한다. 신이 되는 것을 반드시 해방이나 승격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직무에 영원히 묶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망자를 인도하는 신은 끝없이 죽은 자의 길을 걸어야 하고, 차사형 신격은 개인의 감정보다 저승의 법을 우선시해야 한다. 신격화가 보상인 동시에 구속이 되도록 설정한다면 서사가 깊어진다.
그리고 신이 된 뒤의 관계방식을 설정해야 한다. 인간이 신으로 변한 뒤에도 인간 세계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굿, 제사,특정 장소, 특정 계절을 통해 다시 호출될 수 있다. 창작에서는 ‘이 신은 언제 나타나는가’, ‘누가 이 신을 부르는가’, ‘무엇을 바쳐야 응답하는가’ 를 정하면 좋다. 신은 막강하기 보다, 공동체 속에서 기억되거나 호출 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신격의 직능을 너무 넓게 잡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생명의 신’,’죽음의 신’,’사랑의 신’ 처럼 크게 잡으면 추상적이고 밋밋해질 수 있다. 대신 ‘버려진 아이를 데려가는 신’, ‘아이의 첫 울음을 듣는 신’, ‘이름 없이 죽은 자를 기록하는 신’ 처럼 구체화할 수록 창작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진다.
인간 시절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캐릭터성을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신이 된 뒤에도 인간이었을 때 미련, 두려움, 좋아하던 물건이나 장소 등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를 보여줄 수 있다. 신격변신형의 매력은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지나 신이 된 존재에게서 온다. 인간의 고통이 공동체가 부르는 신의 이름으로 굳어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신격변신형 서사 창작의 중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