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화에서는 〈또 오해영〉의 남주를 다뤘어요!
남자주인공이 망가져야 로코다 ⑥— 차세계, 흑백 논리 신봉자가 조선 요녀에게 무너지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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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이즈 골드? 이 여자 앞에서는 침묵이 금이다
: 〈멋진 신세계〉 흑백 논리 신봉자가 조선 요녀의 말빨에 속수무책 무너지는 비결
한국인이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를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레전드 짤을 아세요?

웃기게도 이 드라마 〈멋진 신세계〉의 메인 OST 제목이 딱 〈하여튼〉이더라고요.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근본 넘치는 제목이라서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습니다.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상대가 내 세계를 침범해 올 때, 우리는 '하여튼 이상하다~'고 투덜대면서 사랑에 빠지니까요.

벌써 여섯 번째 글이네요. 제 이전 글들을 읽어오신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저는 지독한 한국 드라마 로코 신봉자입니다.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로코를 전파하곤 해요.
막상 가끔 "왜 하필 한국 로코드라마야? 어디가 그렇게 좋아?"라는 질문을 받으면 막막해지곤 합니다. 논리적인 이유를 대기 전에, 그냥 이 이야기를 볼 때 제 가슴이 뛰고 설레기 때문이거든요. 이유가 필요 없는 본능적인 끌림이랄까요?
최근,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가 제 머리를 탁 쳤습니다.
"셰익스피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도, 춘향전도 따지고 보면 다 사랑 이야기잖아. 그 옛날 사람들도 신화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 우리처럼 깔깔거리고 설레지 않았겠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가 왜 이 장르를 그토록 사랑하는지 비로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로코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가장 유구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 형식이었던 겁니다.
실은 제가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예전엔 간장계란밥에 완전히 빠져서,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삼시세끼를 그것만 먹은 적이 있어요. 고소한 참기름에 계란 프라이, 거기다 김가루를 얹는 정도의 아주 사소한 변주만 주면서요. 누군가는 '맨날 똑같은 밥을 무슨 맛으로 먹냐'고 묻겠지만, 가장 잘 아는 맛이 주는 확실한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든요. 한국 드라마 로코도 저에겐 그런 간장계란밥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한국 사람이기에 가장 잘 아는, 그래서 더 진하고 깊게 느껴지는 그 맛이 이곳에 있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이 저 같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또 아는 맛이야?'라며 지겨워하기도 하고, 다음 전개가 훤히 보인다며 중간에 포기하기도 하죠. 이미 아는 맛이기에 오히려 다시 찾지 않으려 하는 냉정한 시선들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렇기에 잘 만들기가 정말 뼈저리게 어렵습니다. 뻔하디뻔한 로맨스 라인을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고, 코미디는 또 유치하지 않게 선을 타며 풀어가야 하니까요.
(1일 1에세이 고백인 것 같아 멋쩍지만…) 저 역시 남주와 여주의 매력 저울질에 실패해서 서사 전체가 한쪽으로 쏟아지는 대참사를 겪어봤습니다. 직전 작품에서 남주들이 무매력이었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남자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겠다는 일념하에 갈등을 억지로 만들다 보니, 여자 주인공이 전개상 남주나 서브 남주에게 도움만 받는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유튜브로 업로드가 된 뒤 댓글창은 온통 여주를 욕하는 말들로 도배가 되었고, 급기야 주연 배우에게서 "감독님, 저 욕 많이 먹어서 오래 살 것 같아요"라는 연락까지 받았습니다.

그 미안함과 부채감은 지금도 제 마음에 아픈 가시로 박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민폐 없는 여주'를 쓰려고 노력해 보니, 이번에는 여주의 멋짐에 휘둘리는 남주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밋밋해지더라고요. 남주와 여주, 둘 다 멋있게 만들면서 백마 탄 왕자님 클리셰까지 매끄럽게 작동시키는 것. 그게 얼마나 신의 영역인지 뼈저리게 아는 작가로서,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부러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혹시 이 작가님도 나처럼 김은숙 작가님 키즈일까? 하고 내적 반가움 느끼면서요.
요즘 방영 중인 이 멋진 드라마를 응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덕후로서 주접글을 신나게 싸지르는 것이라 생각해서, 마음 먹고 1~4화를 탈탈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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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1분 1초를 다투던 괴물에게 날아든 브레이크
검증된 캐릭터와 트렌디한 맥락이 만드는 가장 영리한 혐관
기획사를 통째로 선물하는 이 남자의 남다른 스케일
흑백논리 신봉자를 뒤흔든 ‘내 편’이란 글자
여섯 번째 재벌남주: 차세계 캐릭터 목표 분석
1화 — '타임 이즈 골드'의 세상에 떨어진 우주적 변수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차세계가 각목을 들고 누군가를 위협하길래 꽤 조폭스러운 마초형 남주인 줄 알았습니다. 뜻밖에도 그 영상은 사촌 형 최문도가 꾸민 딥페이크 합성이었고, 세계는 그 위기를 오히려 회사를 인수하는 기회로 역이용하는 머리 좋은 놈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멋진 반전이었죠.
세간에서는 'M&A 도살자', '자본주의 괴물'이라 부르지만 사실 세계는 악명이 목적이 아니라 그걸 자신을 지키는 보디가드로 써먹는 불쌍한 녀석입니다. 결혼마저도 "타임 이즈 골드"를 외치며 기업 합병 기회로 삼는 건, 일곱 살 때 가장 믿었던 사촌 형 문도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졌던 배신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이 철벽 같은 남자 앞에 단심이 떨어집니다. 차 앞에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세계를 향해 꽃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릅니다.
"네 이놈, 어디서 남녀가 유별한데 아녀자를 희롱하느냐! 이 개호로 잡놈, 색정광아!"

돈 앞에 설설 기는 인간들만 보며 살아온 세계에게, 밑도 끝도 없이 회초리질을 해대는 이 여자는 그야말로 통제 불가능한 변수입니다. 기어이 세계는 비서에게 지시하죠. "그 여자 신상 좀 알아봐요." 타임 이즈 골드라며 단 10초도 낭비하기 싫어하던 남자가, 이 계산 안 되는 여자에게 자기 아까운 시간을 쓰기로 한 겁니다.
2화 — 익숙한 혐관의 맛을 '컨셉질'이라는 요즘 필터로 걸러냈을 때 생기는 설득력
2화는 로코 장르의 가장 매력적인 무기인 '혐관(배틀 연애)'을 빌드업하는 과정이 아주 돋보이는 회차입니다. 대개 남주와 여주를 엮기 위해 무리한 억지 설정을 쓰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브랜드 모델을 찾던 차세계와, 조선 말투 덕에 인터넷에서 '단심 냐냐냐 밈'으로 떠오른 신서리를 화제성이라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카드로 묶어냅니다.

21세기의 '밈 마케팅'을 서사적 개연성으로 활용한 겁니다. 무엇보다 감탄한 지점은 남주가 나오는 씬들이었습니다. 기절한 단심을 보며 구급차 대신 주치의를 부르라며 언론 플레이를 먼저 계산하는 철저한 계산주의자의 면모. 그리고 뒤이어 그의 깊은 외로움을 보여줄만한 장면들이 배치됩니다.
자신을 도둑 취급하는 고모들의 눈초리를 견디며 "충성 경쟁을 지켜볼 비위가 없다"며 생신연에 뒤늦게 삐딱하게 나타나는 반항기 섞인 대사, 그리고 넓고 차가운 침대에 홀로 쓸쓸히 앉아 있는 그의 고독한 실루엣….

이 부분은 장르적으로 아주 익숙한,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클래식한 '아는 맛'입니다. 예상 가능한 서자 콤플렉스지만, 대사의 찰진 맛 덕분에 아는 맛이 더 맛있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조선 시대 인물이 현대로 넘어오는 타임슬립 서사를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저 역시 이 장르에 욕심이 나 노트북 앞에 앉아 이리저리 끄적여본 적이 많았거든요. 막상 베일을 벗은 이 드라마는 아주 발칙하고 영리한 설정을 내놓더군요. 대중에게 가장 강력하게 각인된 역사의 주인공, 즉 '사약을 받고 죽은 희대의 후궁 강희빈'의 영혼이 마침 사극 촬영장에서 사약 먹는 장면을 촬영하던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에 빙의된다는 설정입니다. 사약이라는 비극적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를 위트 있게 잇는 이 구성은 무척이나 웹툰스럽고 경쾌합니다. 역사적 인물이라는 익숙한 가이드를 제공하면서도, 장르적 금기나 뻔한 클리셰를 단숨에 깨부수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니까요!

〈옥탑방 왕세자〉 속 박하의 전생 '부용'이 얼굴 가리개를 했던 아픈 사연—세자빈이 되고 싶었던 언니의 질투로 화상을 입어야 했던 비극—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현의 반쪽 가리개를 보는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했을 겁니다. 이현을 짓누르는 가리개 너머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가족의 비정한 권력 암투가 남긴 참혹한 흉터일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감추어야만 했던 신체적 결함일지 알 수 없지만, 이 수수께끼는 시청자로 하여금 결말까지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서사적 닻이 되어줍니다.

더 마음에 든 것은 강단심이라는 여주가 300년 전 조선에서 온 영혼치고는 현대 사회에 너무나 광속으로 적응한다는 점입니다.
예전 타임슬립물이었으면 여주/남주가 신문물을 보고 어리바리하게 굴거나 멍청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배치해서 남주/여주가 구해주는 전개로 갔을 텐데, 단심은 다릅니다. 조선에서 무려 내명부를 장악하고 왕후의 지위까지 올랐던 여인답게, 눈치가 빠르고 사람 머리 꼭대기 위에서 판을 흔들 줄 압니다. 이 똑똑하고 기세 좋은 여장부의 현대 적응기를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하기 마련인데, 바야흐로 부캐와 컨셉질의 시대인 21세기답게 주변 조연들이 "와, 메소드 철저하시네.", "컨셉 확실하시다^^"라며 그냥 넘어가 줍니다. 시대적 맥락이 바뀌니 똑같은 행동도 이렇게 신선하게 소비될 수 있다는 지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혹시 이건 영혼 빙의가 아니라 신서리의 몸 자체가 단심의 환생이고, 전생의 자아가 깨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상상력까지 자극하더군요. 왕과 대군도 현대의 문도와 세계로 환생했으니까요.
캐릭터 자체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클래식한 인물형(아는 맛)이라도, 이들이 뛰어 놀 무대와 맥락이 21세기 밈 문화라는 트렌디한 옷(새로운 맛)을 입었을 때 얼마나 신선한 장르적 시너지를 내는지 뼈저리게 실감한 회차였습니다. 로코 작가로서 참 공부도, 자극도 많이 되는 빌드업이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잘 써보고 싶네요. T.T
3화 — 재벌식 직진의 정석 : 광고모델로 만들고, 소속사도 차려주기
3화에서 세계의 머릿속은 온통 이 질문뿐입니다. "왜 계획에도 없던 무리수를 둔 거지? 이상한 꿈을 꿔서 뇌가 고장이 났나?"

삼촌 최문도 앞에서 사색이 되어 제발 방패가 되어달라며 품 안으로 뛰어드는 단심을 거절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안아버린 세계. 스태프들이 쫓아오자 대뜸 기절 연기를 하는 단심의 장단에 맞춰 "여기 환자 쓰러졌다고! 119 불러!" 소동을 피우고, 기어코 그녀를 들쳐업고 계단을 탈출합니다. 그러면서도 본심을 숨기는 핑계는 잊지 않죠. "짜치게 엮일 순 없잖아!"
그렇게 이 남자의 모순적인 입덕 부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시작됩니다. 편의점 소화제 매대 앞에서 굳이 소화제 병을 들었다 놨다 하며 "미친 거야? 뭘 사는 거야, 지금?" 하고 혼자 어처구니없어 하더니, 사들고 나와서는 단심이 사라지자 차 안에서 기어이 걱정 어린 혼잣말을 읊조립니다. "이 여자 여태 밥도 못 먹고 있는 거 아니야?"

어쩌다 보니 다시 만난 단심을 데리고 돼지갈비집에 가서는, 손수 고기까지 맛깔나게 구워 바칩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선이라며 구구절절 변명을 대는 꼴이 참 찌질하면서도 귀엽습니다.
이 화의 백미는 단심의 얼굴을 버스 광고판으로 착각해 순간적으로 운전대를 꺾는 장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넷플릭스에서 꼭 시청해보세요!)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라는 기계 음성은, 오직 눈으로 셈할 수 있는 세계만을 믿고 질주하던 남자주인공의 가치관이 강단심이라는 주파수에 흔들려 기어이 궤도를 벗어났음을 보여줬달까?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저게는 더없이 완벽한 연출이었습니다. 연출의 한 끗 차이가 만드는 힘이 이렇게나 대단합니다 ㅠㅠ 연출이 좋아서 챙겨봤던 드라마 〈치얼업〉의 한태섭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셨다는데, 역시나 화면을 쓰는 센스가 남다르시더라고요!

정작 짜치게 엮이기 싫다던 남자는 급기야 소속사(비오제이엔터)를 통째로 세워버립니다. 사내 무기명 투표 결과 단심이 모델로 확정되자 광대가 씰룩거리다가도, 비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민주적인 대표의 결정"이라며 목소리를 까는 뻔뻔함이라니요. 그중에서도 3회 에필로그에서 단심을 만나러 가기 전 툴툴대며 온갖 거울 앞에서 제 옷매무새와 비주얼을 점검하는 그의 모습은 뒤집어지게 귀여웠습니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그 간지러운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니까요..!
4화 — 아군 아니면 적군뿐이던 세상에 나타난 단 하나의 내 편
경찰서 장면을 보면서, 직업병 때문인지 아주 귀여운 딴지를 하나 걸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방송국 조감독이 차세계를 고소하겠다고 날뛰는 장면입니다.

현실적인 방송가 환경을 생각하면, 조감독이 대체 무슨 시간이 있고 기운이 남아서 대기업 재벌을 상대로 고소를 때리며 치료비를 요구할까요? 실제로 현장 세팅이 꼬이거나 보조출연자가 펑크를 내면, 조감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태프 지인 찬스를 쓰거나 본인이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해 수습하느라 하루 24시간 피눈물을 흘리거든요. 출연자가 사고를 쳐도 울면서 달래 가며 출연료를 입금하는 게 현실입니다.

돈 때문에 협박하는 조감독 대신, 최문도가 연출 데뷔 자리나 광고 계약 같은 야망의 카드로 조감독을 은밀히 꼬여내 갈등을 유발했다면 방송가 현실에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작가다운 소소한 꼬투리를 잡아보게 됩니다. 물론 빠른 속도감을 위해 갈등을 단순화하고 깔끔하게 치고 나간 작가님의 현재 선택도 대본의 호흡상 아주 훌륭하기에.. 굳이..굳이 걸어본 딴지입니다.
이런 사소한 딴지조차 잊게 만든 건 역시 편지 해독 씬이었습니다.
단심이 서투른 한글로 적은 "멋진 내팬"이라는 고마움의 글귀를, 차세계 혼자 "멋진 내 편"으로 잘못 읽고 환하게 배시시 웃는 장면 말입니다.


일전에 제가 정말 인생작으로 꼽았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이 스스로 길라임의 '열렬한 팬'이라 자처했던 유쾌한 설정을, 이 드라마는 '팬'과 '편'이라는 아주 사소하고 재치 있는 말장난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주해 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님의 천재적인 센스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출은 말해 뭐해요. 완~전 좋았어요. 저도 읽기 헷갈리더라고요! (개연성 박수 짝짝)
엔딩에서 옥상에서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단심에게 다가가 "자꾸 이렇게 눈앞에서 알짱거리는데 어떻게 상관을 안 해?"라며 끌어안는 세계의 고백은 어떻고요. 평생을 흑과 백, 아군과 적군으로만 구분하며 철벽을 치던 남자가, 마침내 계산서 밖의 영역인 연모라는 비효율적인 일을 기꺼이 수용했으니 어찌 멋있지 않겠어요?
캐릭터 목표 분석 — 재벌남주 '차세계'
욕망 | 인물이 간절히 원하는 것 |
위기 | 예상치 못하게 닥친 사건 |
갈등 |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적/외적 충돌 |
감정 |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변해가는 마음의 결 |
목표1 — 재벌 리그에서 완전한 승자가 되고 싶음 (but 반쪽 재벌 출신 콤플렉스 + 최문도가 발목을 잡음)
[1화]
딥페이크 영상을 역으로 인수 기회로 활용 – 위기에서 기회 잡기 (욕망)
"악명만큼 든든한 보디가드가 어디 있다고" – 악명조차 후광으로 써먹음 (욕망)
"집 나가서 구멍가게 차렸다고 못 미더워서 감시하는 거고" – 할아버지한테도 인정받고 픔 (갈등)
"딴따라 핏줄 반쪽 재벌이라 격 떨어짐" 댓글에 싫어요 누름 – 속 끓이면서도 눌러버림 (갈등)
소개팅 자리마다 계약서 꺼냄 – 결혼도 합병 기회 (욕망)
맞선 자리마다 계약서 꺼내며 쫓겨남 – 정상적인 관계 맺는 법을 모름 (갈등)
"이번 론칭만 잘 끝나면 여자들이 떼로 몰려들 겁니다" – 승산 계산 중 (욕망)
[2화]
기절한 단심 곁에서 "구급차 말고 김 박사 호출해요" – 언론 악용 먼저 계산 (갈등)
딥페이크 영상 배후 의심하면서도 오히려 인수 기회로 노림 – 위기를 자산화 (욕망)
생신연에 늦게 나타나 "충성 경쟁 지켜볼 비위가 없어서 끝날 시간 맞춰 온 건데" – 냉소로 가족과 거리 둠 (갈등)
"조카를 곳간 털러 온 도둑쯤으로 여기는 큰고모에 작은고모에" – 가족 안에서도 이방인 (갈등)
비서에게 "보안 팀 인원 두 배로 늘리고, 인사 서류 손 실장이 직접 더블 체크 해요" – 문도 견제 (욕망)
넓은 공간에 혼자 침대에 앉아있는 세계 – 외로워 보임 (감정)
단심 밈 모델 섭외 제안에 "그 전략 폐기해야겠는데" – 화제성보다 브랜드 신뢰도가 먼저 (갈등)
바이어 미팅에서도 단심 밈 얘기 나오자 고개 숙이며 고심 – 전략 재계산 중 (욕망)
2주째 포털 빅데이터 상위 랭킹 확인하고 생각 바꿈 – "긁지 않은 복권이었네" (욕망)
"계약 못 따 오면 다른 걸 따는 수가 있어" – 비서에게 업무 압박 (갈등)
단심 찾아가 "당신이 절실하게 필요해졌어" – 직진 모드 발동 (욕망)
[3화]
단심 업고 나오며 "119 불러, 빨리" – 상황 수습 방식이 빠르고 거침없음 (욕망)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심 차에 태움 – 계산하고 움직이는 사람 (갈등)
카이저만 캐피털이 최문도 쪽이라는 걸 확인 –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위기)
문도한테 직접 찾아가 "위선 떠는 낯짝 토 나오니까" – 가족 안에서 혼자 싸우는 사람 (갈등)
"할아버지 모르시게 형을 얼마나 의지하시는데" – 할아버지 카드로 맞받아침 (갈등)
(과거) 일곱 살 때 문도가 내민 손 잡으려다 배신당함 – 가족 안에서 처음 배운 건 배신 (위기)
"약하면 짓밟히는 게 세상 이치라는 거 똑똑히 알게 됐죠" – 사람을 거래로 대하게 된 이유 (감정)
"자금을 왜 뺍니까? 제대로 뽑아 먹어야지" – 위기에서도 포기 없음 (욕망)
사내 무기명 투표로 신서리 모델 결정 – "민주적인 대표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니까" (욕망)
소속사 홀드 걸리자 직접 도란엔터 미팅 잡음 – 막히면 직접 뚫는 사람 (욕망)
비오제이엔터 차린다는 종이 구겨 던졌다가 급기야 실행 – 입덕 부정의 마지막 발악 (욕망)
[4화]
도란엔터 대표한테 "포켓 머니로 인수하겠단 뜻이지" – 막히면 더 크게 치는 사람 (욕망)
카이저만 리스크 해결 자신하며 회의 마무리 – 판을 다시 짜는 능력 (욕망)
할아버지한테 납작 엎드려 신탁 자금 담보 대출 요청 – "나도 심사숙고하고 온 건데" (갈등)
경찰서에서 쌍방 고소로 역공 – 조감독 한 방에 정리 (욕망)
행사장에서 최문도 면상 때려버림 – "입조심해 턱주가리 박살 나기 전에" (갈등)
목표2 — 사람에 대한 온정 없이 혼자 살아가고 싶음 (but 단심이 자꾸 거슬리게 함)
[1화]
기절한 단심 보고 구급차 신고하려다 벌떡 일어나자 "자해공갈이야" – 관계 차단 본능 (갈등)
명함 건네며 "병원비 청구하시라고" – 책임은 지되 감정은 없음 (갈등)
"앞으로 그 여자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마" – 신경 쓰인다는 거 들키기 싫음 (갈등)
단심 경고 무시했는데 실제로 마네킹이 떨어짐 – 자신의 목숨 구해준 여자에 당황 (위기)
[2화]
단심 신상 정보 A4 반 장도 안 되는 거 보고 "알 만하네" – 사람을 서류로 판단 (갈등)
사랑을 찬양하는 친구의 말 부정하는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겠지" – 불신 (갈등)
[3화]
단심 잠든 모습 바라보며 "싸구려 눈물 연기로 매수하려고" 혼잣말 – 의심 모드 (갈등)
편의점에서 소화제 집으려다 "미친 거야? 뭘 사는 거야" – 신경 쓰이는데 인정 못함 (갈등)
소화제 사고 나왔는데 단심은 이미 사라짐 – 뒤늦은 빈자리 (위기)
"이 여자 여태 밥도 못 먹고 있는 거 아니야?" – 혼자 중얼거리는 걱정 (감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선"이라고 하면서 돼지갈비집까지 데려가 고기 구워줌 – 핑계 대며 살뜰 (감정)
"진짜 웃기는 여자야" –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옴 (감정)
운전 중 버스 광고판에서 단심 얼굴 착각 – 경로 이탈 (감정)
단심 볼 빨개진 거 보고 직진 –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먼저 나섬 (감정)
[4화]
"왜 계획에도 없던 무리수를 둔 거지? 이상한 꿈을 꿔서 뇌가 고장이 났나?" – 자가 진단 (갈등)
창문 없는 집 물어보다 "지나가다가 인간극장이 나오길래" – 신경 쓰인다는 거 들키기 싫음 (갈등)
경찰서에 직접 나타나 단심 수습 – "을에 대한 갑의 정당한 보호 관리 차원" (감정)
강아지 억지로 맡았다가 비서한테 떠넘기려다 실패 – 기어이 동거 (갈등)
개 주인 찾았다는 말에 "아, 보고 싶어 할 텐데, 쯧" – 어느새 정 든 사람 (감정)
편지 해독하다 쪽지 발견 – "이 여자 나 좋아하네" (감정)
비서한테 "연애편지 받아본 적 있나?" 돌려 물어봄 – 확인 욕구 (욕망)
단심 우는 거 보고 "자꾸 이렇게 눈앞에서 알짱거리는데 어떻게 상관을 안 해?" – 인정의 순간 (감정)
서로의 감정 확인을 위해 단심을 끌어안음 – 계산 밖의 한 수 (욕망)
목표3 — 자꾸 침범해 오는 전생의 기억에서 답을 찾고 싶음 (but 의사 친구에게 개꿈 취급 받음)
[1화]
해당 없음 – 전생 기억은 아직 본격 등장 전 (갈등)
[2화]
전생 꿈 꿨는데 진짜 같은 선명함 –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자꾸 침범해 들어옴 (갈등)
정현한테 꿈 얘기 털어놓으면서 "개꿈은 아닌 거 같은데" – 혼자 삭이지 못하는 감정 (감정)
[3화]
꿈에서 눈물 흘리고 깨어남. 꿈속에 보이던 여인이 단심(서리)이라는 추측 – 직감의 형태로 다가오는 전생 (감정)
정현한테 꿈 얘기 털어놓음 – "전생에 네 첫사랑은 아니래?" 놀림 들으며 당황 (갈등)
[4화]
해당 없음 – 4화는 현실 관계 진전에 집중 (갈등)

목표 분석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욕심이 더 생겼는데요. 지금 세계의 위기가 로맨스 쪽으로는 충분히 쌓이고 있는 반면, 인물 자체를 흔드는 위기는 아직 약한 편입니다. 모태희의 숨겨진 전생이든, 안종이든, 최문도가 어떤 패를 감추고 있는지든, 이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을수록 세계가 더 크게 흔들리고 더 입체적으로 망가지지 않을까요. 기꺼이 단심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작정한 남자인데, 그 시간들이 방해받는 순간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하지 않겠어요? 남은 회차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전생 속 단심과 이현(세계의 전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끝이 난 결말이 마음이 아파서, 현실의 두 사람이 그 전생의 빚을 갚듯 개연성 있는 감정들을 한 겹 한 겹 더 단단하게 쌓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주인공이 망가져야 로코다〉는 매주 월요일에 정기 발행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만나볼 남주는 재밌게도 성씨부터 똑같은 '차' 씨이거든요. 문득 SBS는 왜 이렇게 '차' 씨 성을 가진 재벌 3세를 좋아하는 건지 합리적인 의심이 듭니다. 떠올려보면 제 첫사랑 〈천국의 계단〉 속 남자주인공 이름도 차송주였어요..! (웃음)
미리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이 남자는 그동안 제가 분석했던 일잘러 남주들(김주원-이화신-박도경-차세계)처럼 일 잘하는 스마트한 본부장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비서만 무려 100명을 갈아치운 전설의 날라리 경영인… 회사 업무와 발표는 땡땡이치기 일쑤에, 유치찬란한 행동만 골라 하는 우주 최강의 개초딩 남주라고 하네요.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찌질한 또 한 명의 차 씨 재벌 남주를 뜯어보는 글로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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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깡 작가 (📧)
0원 벌고도 드라마 앓느라 밤새는, 가성비 최악의 프리랜서 작가.
드라마가 밥 먹여주냐고요? 아니요, 제 밥값이 드라마(OTT구독료)한테 갑니다.
그래도 손은 부지런히 움직여서, 웹드라마·웹예능 기획, 전자책 대필 등 글 쓰는 건 다 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제가 쓴 작품에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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