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화에서는 〈백일의 낭군님〉의 남주를 다뤘어요!
남자주인공이 망가져야 로코다 ⑨— 현진헌, 버럭대는 레스토랑 사장인데 첫사랑 못 잊는 후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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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이유 없는 싸가지가 아니었다..★
: 〈내 이름은 김삼순〉 2005년 로코남주는 왜 이렇게 직선적이었을까
중학교 1학년 여름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쉬는 시간 10분의 수다에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 얘기가 빠진 날이 없었어요. 최고 시청률이 무려 51.1%였으니까요. 지금처럼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드라마 한 편이 온 나라를 들었다 놓을 수 있던 마지막 시절이었습니다. 그 해에 재밌게 봤던 로코 드라마만 떠올려봐도 〈쾌걸춘향〉, 〈프라하의 연인〉, 〈봄날〉, 〈마이걸〉, 〈신입사원〉, 〈건빵선생과 별사탕〉, 〈열여덟, 스물아홉〉, 〈온리유〉, 〈해변으로 가요〉… 정말 많았습니다. 매번 저는 여주가 남주에게 어떻게 마음을 열어가는지 그 감정의 파고를 쫓으며 시청했던 기억이 나요.
그 시절의 전 친구를 사귈 때 상대가 좋아하는 것에 맞장구를 치는 일로 관계를 완성하곤 했습니다. 이렇다 할 취향이 없는 아이였기에,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선명하게 꺼내놓을 언어가 없었던 탓입니다. 그러니 삼순이의 존재가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자신이 만든 케이크에 대한 확신, 좋아하는 일을 향한 뚜렷한 열망,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나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운 다정함까지. 저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분명하게 말하고, 그 온기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동시에 이 드라마를 보며 든 생각도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연애가 이렇게 무섭고 어려운 건가?’


사랑 때문에 밤새 끙끙 앓던 삼순이가 돌아가신 아빠의 환영을 붙잡고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꺼이꺼이 울던 모습, 겨우 마음을 확인하고 가장 좋은 순간을 보내면서도 “너무 행복해서 무섭다”고 불안해하던 장면들이 어린 마음에 무겁게 얹혔습니다. 도대체 사랑이 어떤 감정이길래 저렇게 단단하고 씩씩한 삼순이마저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 건지 겁이 났어요.
게다가 상대역인 현진헌은 또 어땠나요. 화가 나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 저런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란 마음 대신, 절대 저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단 방어벽이 먼저 세워졌습니다. 겁쟁이였던 열네 살의 눈엔 어른들의 연애가 무섭게 다가온 거죠.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흘러, 대본을 쓰는 작가가 되어 이 작품을 다시 만났습니다. 공모전 당선이라는 목표를 두고 대본을 쓰다 보니, 인물들이 도대체 어떤 감정의 동력으로 결말이라는 종착지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로맨스 드라마의 생명과도 같은 설렘을 매력적으로 구현하는 일이 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인물들을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 막막할 때마다, 저는 안전하고 익숙한 공식 뒤로 숨곤 했습니다. 남주가 여주의 노력을 알아채 주고, 가만히 고민을 들어주며, 위기의 순간 구하러 달려오는 장면들.. 이런 씬들을 징검다리처럼 놓아두면 설렘이 절로 만들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자주 마주치고 무조건 다정히 대한다고 인물들의 감정의 밀도가 쌓이지는 않는다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다시 보며 배운 것은, 감정이 진짜로 두터워지려면 갈등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힘든 프로젝트를 버텨내며 동지애가 쌓이듯, 진헌이와 삼순이는 사장과 직원으로 부딪히고, 계약연애라는 가짜 관계 속에서 티격태격하며, 음식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치열하게 충돌시킵니다. 사내연애 로코가 시대를 불문하고 공식처럼 사랑받는 이유겠죠? 같은 공간에서 갈등을 겪어내야만 비로소 감정이 밀도를 얻는 법이니까요.
그 배움을 단서 삼아, 2005년의 후회남주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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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비웃을 수 있었던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보를 쌓으면서 거리가 좁혀지는 방식
여주가 받아치니까 남주의 과함이 중화됐다
상처는 클수록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진다
아홉 번째 후회남주 : 현진헌 캐릭터 목표 분석
1화 — 자기 상처를 남의 얘기로 비웃는 방식
로코 드라마에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의 가장 쪽팔린 순간을 남자주인공이 목격하면서 시작하는 것. 이별 통보를 받고 무너지는 장면, 실연당해 엉엉 우는 장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그 자리에 그 남자가 있는 것. 〈내 이름은 김삼순〉의 첫 장면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초히트했기 때문에 이후에 나온 수많은 로코 작품들이 이 문법을 따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의 발견〉 1화에서 여주가 남친이 몰래 선보는 장면을 한 테이블 뒤에서 고스란히 지켜보며 평가하다 물 세례를 맞던 남주의 모습이나, “날 사랑하긴 했니?” 대사를 들으니 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 이건 명백한 삼순이의 오마주였구나 하고 말이죠.


여기서 진헌이 보인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그는 울고 있는 삼순을 따뜻하게 위로하지도, 못 본 척 지나치지도 않아요. 오히려 이별하는 순간부터 내내 비웃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감정은 쉽게 비웃지 못합니다. 진헌은 첫사랑 희진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받고 3년이 넘도록 그 슬픔을 안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누구보다 실연의 무게를 잘 아는 그가 화장실에서 우는 삼순을 냉정하게 비웃은 것은, 실은 그 초라한 울음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저랬었지’ 하는 일종의 자기방어였던 셈입니다. 2화의 회상 장면에서 진헌이 그때 삼순을 보며 내심 마음 아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때의 비웃음은 더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1화에서 진헌의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어머니 나 사장과의 대화입니다. 레스토랑을 접고 호텔로 들어오라는 강요, 지나간 사랑을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거냐는 추궁 앞에서 진헌은 일부러 가볍게 깐족거리며 넘겨버립니다. 대책 없는 아들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롯이 제 힘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물로 설정된 것이었죠. 이 구도는 이후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비슷하게 표현됩니다. 엄격한 어머니와 그 앞에서도 장난기를 잃지 않는 아들의 대치 상황은 캐릭터가 가진 고민과 극의 목표를 단숨에 효과적으로 보여주니까요.


다시 케이크 소동으로 돌아가 볼까요. 머리카락이 엉켰다고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고, 화가 난 삼순이 던진 케이크를 고스란히 얼굴로 받아내는 진헌의 모습은 엉망진창입니다. 그가 화를 내며 가버린 삼순을 쫓아간 것은 미안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맛보았던 케이크가 기가 막히게 훌륭했고, 마침 가게에 파티쉐가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진헌은 삼순의 실력을 탐낸 것입니다.
특히 진헌은 삼순이라는 이름을 듣고 비웃지 않은 최초의 사람입니다. 드라마 내에서든, 삼순이 인생에서든요. 다른 인물들이 삼순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대놓고 낄낄거리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입니다. 진헌이 웃지 않은 건, 이름으로 놀림 받아본 적도 없고, 남의 이름표를 장난감 삼아본 적도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겠지요. 타인을 대할 때 그래도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는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싸가지 없는 남주인 줄 알았기에 저에게는 은근히 반전으로 느껴졌던 설정입니다.
2화 — 갈등 없이 가까워지는 존잼로코는 없다


진헌은 삼순이에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쏘아붙입니다. 바람을 피우는 레스토랑 손님의 대화에 끼어들지 말라고 매섭게 몰아세우던 그가 정작 삼순의 맞선 자리엔 제멋대로 쳐들어갑니다. 연인 행세를 하며 깽판을 놓고, 결국 맞선녀에게 뺨까지 얻어맞지요.
대본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저는 이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습니다. 요즘 시청자의 눈으로 보면 불쾌감을 넘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으니까요. 아니 지가(?) 그랬잖아요. 감정이 앞서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그러지 말라더니… 도대체 진헌은 왜 저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봤습니다.


사실 진헌은 타인에게 무감하고 관계를 좋게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삼순의 일에는 지나치게 사사건건 참견을 하지요. 진헌은 삼순이 가진 특유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내심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맞선 자리랍시고 어울리지도 않게 조신한 척, 얌전한 척 내숭을 떨고 있으니 그 가식적인 모습이 영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악의가 있었다기보다는, 삼순이 가진 진짜 매력을 아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묘하게 뒤틀려 제멋대로 행동한 겁니다. 삼순이 사표를 던지고 나가자 그제야 허겁지겁 뒤쫓아가는 태도 역시 당혹감과 죄책감이 앞섰기 때문일 테고요.
남주가 부지런히 어그로를 끌며 업보를 쌓으니 두 사람의 거리가 급속도로 좁혀집니다. 남산 계단을 쫓아 올라가고, 포장마차에서 마주 앉고, 술 취한 여주를 업고 집에 왔다가 얼떨결에 같이 자버리는 흐름 말이죠. 그러다 진헌의 엄마인 나 사장에게 이 현장을 딱 들키게 되면서, 드디어 계약연애의 서막이 울립니다.
3화 — 여주가 강하면 남주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첫 단추부터 진헌이 혼자 제멋대로 굴어서 꿴 건 아니었습니다. 호텔 면접을 마친 삼순이 몰래 주방을 구경하다가 딱 들켰고, 당황해서 고개를 번쩍 드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진헌의 셔츠 단추에 꼬여버린 게 시작이었으니까요. 솔직히 삼순이에게도 약간의 빌미는 있었어요. 이 드라마를 유심히 보면 사건을 먼저 만드는 쪽은 대개 삼순이고, 그걸 좋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굳이 이상한 방식으로 비틀어 판을 키우는 쪽은 언제나 진헌입니다. 단추에 낀 머리카락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 일도, 맞선 자리에 난입한 사건도, 3화의 피아노 소동도 전부 똑같은 구조로 흘러가지요.


3화를 보면서 새삼 느낀 건, 삼순이가 워낙 기가 세니까 진헌이도 덩달아 세질 수밖에 없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삼순은 상대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눈치채면서도 기어코 할 말은 끝까지 하고야 마는, 이른바 ‘긁는 재질’의 소유자입니다. 진헌이 피아노 앞에서 얼마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뻔히 보면서도 굳이 ‘오버 더 레인보우’를 쳐달라고 조르는 삼순의 모습이 대표적이지요.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가 주면 좋을 텐데, 진헌은 또 그걸 참지 못하고 매번 펄쩍 뛰며 반응합니다. 결국 피아노 뚜껑을 사납게 쾅 덮고 대꾸 없이 나가버리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무례한 행동이지만 삼순이 워낙 만만치 않게 맞받아치다 보니 그 거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중화되는 느낌을 줍니다.


시종일관 뾰족하던 진헌이 딱 두 사람에게만 온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조카 미주와 오 지배인을 대할 때이지요. 이 중 삼순이 목격한 건 조카 미주와 있을 때뿐입니다. 삼순과 미주가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장난치는 현장에 진헌이 불쑥 들어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환하게 웃는 대목 말입니다. 평소의 서늘하고 딱딱하던 기운은 씻은 듯 사라지고 없지요. 조카가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를 해주는 걸 문가에서 지켜보던 삼순이 멍하니 굳어버리는 것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싸가지 없고 도통 안 웃는 남자가 어린 아이한테는 한없이 따스하게 굴다니, 어머.. 하고 입을 틀어막게 되는 이 반전 매력. 역시 클래식한 로코 클리셰는 이래서 언제 먹어도 맛있는 법입니다.
4화 — 오래 묵힌 상처일수록 꺼내는 데 오래 걸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했던 건 희진의 등장 타이밍이었습니다. 극 초반부 희진의 출연 분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16부작 중 4화에서야 등장하니까요. 대본을 쓸 때 전여친을 1회부터 등장시킬 게 아니라면,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이 작품이 아주 모범적인 답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삼순이에 이어 이번엔 고객이 ‘오버 더 레인보우’ 곡을 연주해달라 요청합니다. 진헌은 꽤 오랫동안 건반을 내려다보며 망설이다 연주를 시작합니다. 시청자는 내심 기대하게 됩니다. 크.. 드디어 저 남자가 아픈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기억을 채우려나 보다,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찰나에 희진이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또 오해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타이밍의 엇갈림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지요.
술을 마시며 무장해제 되어버린 진헌에게, 삼순은 또 끈질기게 물어봅니다. 왜 헤어졌는지, 이름이 뭔지 꼬치꼬치 캐묻지요. 사생활 침해 금지 조항을 들먹이며 버텨보지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여주 앞에서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조카에 대한 이야기든 희진에 대한 이야기든,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 중 어느 것 하나 풀린 게 없습니다. 그러다 술기운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4회가 끝이 납니다. 아마 이후의 전개에서 진헌이 삼순에게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진짜 상처를 보여주는지, 진헌이 희진이라는 인물과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서사의 핵심 동력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캐릭터 목표 분석 — 후회남주 ‘현진헌’
욕망 | 인물이 간절히 원하는 것 |
위기 | 예상치 못하게 닥친 사건 |
갈등 |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적/외적 충돌 |
감정 |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변해가는 마음의 결 |
목표1 — 형의 죽음에 대한 죗값으로 행복을 스스로 차단하기 (but 삼순과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
[1화]
남자화장실에서 실연당해 우는 삼순에게, 냉정하게 한마디 건네고 떠난다 (갈등)
수영, 스킨케어, 출근까지 혼자 완벽하게 아침 루틴을 수행하고 나간다 (감정)
맞선 보기 싫으면 결혼하라는 나사장의 압박을 무시한다 (갈등)
윤비서가 운전기사를 붙이라 하자 “괜찮아요, 생각보단 편해요”로 일축한다 (감정)
면접에서 삼순이 초콜릿 상자 비유로 자기 삶을 설명하자 굳은 표정이 흔들린다 (감정)
[2화]
맞선 자리에서 삼순을 발견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지나친다 (감정)
[과거회상] 남자화장실에서 실연당해 우는 삼순을 발견하고 마음 아파한다 (감정)
삼순 맞선 자리에 끼어들어 연인 행세로 맞선을 깨버리다 맞선녀에게 뺨을 맞는다 (위기)
삼순이 무심코 운전 얘기를 꺼내자 마음을 들키기 싫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감정)
삼순의 할아버지 얘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형 얘기를 꺼내려다 멈칫한다 (갈등)
노래방과 포장마차에서 평생 본 적 없는 여자를 바라보며 입을 딱 벌린 채 서 있다 (감정)
취한 삼순이 추궁하자 “나도 그 기억 지우고 싶어요”라고 받아친다 (갈등/감정)
만취한 삼순을 등에 업고 걸으면서 잠꼬대로 맞으면서도 내려놓지 않는다 (갈등/감정)
삼순을 공중전화박스에 내려놓고 떠나다 차마 못 가고 생수 한 병 들고 돌아온다 (감정)
나사장이 예고 없이 들이닥쳐 구타해도 해명 대신 체념한다 (감정)
[3화]
삼순이 왜 하필 나와 계약연애하려고 하는지 묻자 서로 좋아할 일이 없을 거라 답한다 (갈등/감정)
사장실에서 혼자 다리 통증을 가라앉히다 후~ 숨을 내쉰다 (감정)
채리 약혼식 미팅에서 삼순의 전 남자임을 직감하고 현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위기/감정)
채리가 마지막이라며 안기려 하자 무감각하게 손을 떼어내고 렌즈 색깔을 지적한다 (감정)
미지왕을 검색하다 웃음 터뜨리고 삼순이 들어오자 얼른 표정관리한다 (감정)
삼순이 계약연애를 받아들이는 대신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오천만원을 계좌이체한다 (욕망)
스파이를 속이기 위해 삼순에게 옷을 골라준다 (욕망/위기)
나사장 앞에서 삼순이 초콜릿 상자 비유로 사랑을 고백하자 처음으로 기분이 이상해진다 (갈등/감정)
나사장이 삼순의 집안을 깎아내리자 삼순의 방앗간집 출신을 치켜세운다 (갈등)
삼순이 조카 미주와 반죽하는 걸 지켜보다 들어와 미주를 번쩍 안고 환하게 웃는다 (감정)
바에서 나사장 스파이를 발견하고 삼순의 어깨를 안으며 연인 행세를 한다 (위기)
계약서에 “연애하는 척은 하되 연애는 하지 않는다. 절대로”를 추가로 써넣는다 (욕망/갈등)
[4화]
드마리에서 삼순이 자리를 피하자 현우가 삼순의 전 남자임을 직감하고 뚫어지게 바라본다 (위기)
현우 앞에서 삼순을 대놓고 칭찬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파티쉐가 될 내 여자친구라고 소개한다 (감정)
채리 약혼식 케이크를 삼순에게 맡긴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한다 (감정)
삼순이 “사랑을 안 하고 살 순 없잖아요”라고 확신에 차 말하자 신념이 흔들린다 (갈등)
지하철 플랫폼에서 다리 통증으로 무너진다 (위기)
DVD방에서 옆방의 신음소리 때문에 삼순과 함께 난감해한다 (감정)
삼순에게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에 인공뼈와 관절이 박혀있다고 밝힌다 (갈등)
삼순이 엄마가 왜 결혼을 시키려 하냐고 묻자 미주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감정)
새벽에 미주 전화를 받고 올챙이송을 불러준다 (감정)
미주를 레스토랑에 데려와 빵 굽고 케이크 만들어보자는
삼순의 제안에 “괜찮은 생각”이라고 응수한다 (감정)
목표2 —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성공시키기 (but 나사장이 호텔로 입성하도록 압박한다)
[1화]
파티쉐 앙리가 어머니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위기)
나사장에게 새 파티쉐 구할 때까지 호텔 베이커리류를 사다 쓰겠다고 요청하지만 “분에 넘친다”는 핀잔을 듣는다 (갈등)
나사장이 레스토랑을 포기하고 호텔로 입성하라고 요구한다 (위기)
베이커리실 앞에서 삼순의 머리카락이 넥타이 핀에 걸리자 가위로 잘라버린다 (위기/갈등)
크리스에게 당장 디너 파견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위기)
얼굴에 맞은 케이크를 닦다 맛보고, 바닥에 떨어진 시트까지 뜯어 맛본 뒤 삼순을 쫓아 나간다 (갈등/욕망)
택시에 올라타 삼순이 파티쉐임을 확인하고 명함을 건넨다 (욕망)
면접에서 오 지배인·현무 동의 없이 즉석 채용을 결정한다 (욕망)
전직원 앞에서 새 파티쉐를 직접 소개한다 (욕망)
[2화]
손님 컴플레인 상황에서 오 지배인 뒤에서 듣다 나서서 수습하고 와인을 서비스한다 (욕망)
삼순이 바람핀 손님 홀에서 난동 피우자 끌고 나와 “내 기준을 따르세요”라고 일갈한다 (갈등)
환영식에서 분위기 과열되자 “퇴근합시다”로 차단한다 (욕망)
삼순이 퇴직을 선언하고 나가자 뒤따라 나간다 (위기)
삼순에게 정직원 승격을 제안하며 복직을 설득한다 (욕망)
나사장이 삼순과 깊은 사이냐고 추궁하는 상황에서 윤비서 말실수로 스파이가 있음을 감지한다 (위기)
나사장이 삼순을 데려와 인사시키라고 하자 계약연애를 역이용할 기회임을 직감한다 (감정)
해장국집에서 삼순에게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욕망)
[3화]
삼순이 계약연애를 거절하고 버스를 타자 뒤쫓아 올라탄다 (욕망/갈등)
버스 안에서 삼순에게 계약연애를 계속 설득한다 (욕망/갈등)
삼순 지각을 감싸며 “저랑 같이 밤새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선언한다 (욕망)
전직원 앞에서 삼순의 손목을 잡고 “우리 연애중입니다 두 달 됐습니다” 선언한다 (욕망/위기/갈등)
채리 약혼식 케익을 드마리 대신 삼순이 맡도록 설득한다 (욕망/갈등)
오 지배인에게 제주도 호텔 오픈 준비를 위해 출장을 떠난다고 한다 (욕망)
[4화]
제주도에서 사온 케이크라며 삼순에게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고 건넨다 (욕망)
데이트를 핑계로 드마리를 방문해 전종류 디저트를 시키고 삼순이 평가하는 걸 듣는다 (욕망)
새벽에 이미 먼저 나와 일하고 있는 삼순을 발견한다 (감정)
삼순이 혼자 만들어온 초콜릿과자를 맛보고 오늘 테이블에 내놓기로 결정한다 (욕망)
레스토랑에서 행패 부리는 남편을 막아서며 수습한다 (욕망)
실연당한 고객을 위해 피아노를 쳐달라는 삼순의 말에 당황하다가, 고객이 오버 더 레인보우를 신청하자 고민 끝에 연주한다 (위기/갈등)
목표3 — 첫사랑 유희진을 잊기 (but 희진이 돌아오고, 떠났던 이유가 불치병이었음을 알게 된다)
[1화]
맞선녀 이름을 틀리고 무례하게 굴어 맞선을 스스로 망친다 (욕망)
나사장이 “희진일 다 잊은 거야?” 묻자 표정 굳는다 (감정)
“희진이가 돌아온대도 받아줄 생각 하지 마라”에 침묵한다 (감정)
삼순의 가명 요구에 희진이라는 이름만은 안 된다고 차단하고, 이유를 묻자 “사적인 문제”로 막는다 (갈등)
[2화]
삼순이 “여자한테 거절당해본 적 없겠네요?”라고 하자 표정이 굳으며 없다고 답한다 (감정)
[3화]
나사장이 “희진인 다 잊은 거야?” 묻자 표정 굳었다가 부정한다 (갈등)
나사장이 “희진이가 돌아온대도 절대 받아줄 생각 하지 마라”에 침묵한다 (감정)
미주와 피아노를 치다 삼순이 오버 더 레인보우를 신청하자 분노가 서린 얼굴로 피아노 뚜껑을 쾅 덮고 나간다 (갈등)
희진 얘기를 꺼낼까봐 두려운 듯 삼순의 모든 질문을 차단하고 계약 파기를 협박한다 (위기/갈등)
[4화]
희진에게서 전화가 오지만 굳은 채 받지 않는다 (갈등)
직원들 앞에서 장미꽃다발을 들고 와 “당신이 내 곁에 온 지 100일째”라고 선언한다 (욕망/갈등)
스파이 때문에 더 철저하게 연기하는 거라고 삼순에게 응수한다 (욕망/갈등)
(과거회상) 세로토닌에 대해 강의하던 희진을 떠올린다 (감정)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하던 중 돌아온 희진과 눈이 마주치고 연주를 멈춘다 (위기)
돌아온 희진에게 “3년 동안 전화 한 통 없는 여잘 어떻게 이해해”라고 맞선다 (갈등)
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기울이며 삼순에게 처음으로 전여친의 이름을 입 밖에 낸다 (갈등/감정)
〈내 이름은 김삼순〉은 영국의 로코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서른 살의 나이, 조금 통통한 체격, 촌스러운 이름에 실연의 상처까지 안은 여주인공의 설정이 닮아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소견으로, 저는 한국 버전으로 재해석한 이 드라마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주인공이 끝까지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거든요! 누군가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인생을 구원해 주길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발을 딛고 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냅니다. 사랑을 통해 결핍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야말로 이 작품이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도 유효한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입니다. 아마 이 작품의 결말을 보고 나면, 삼순이가 진헌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라는 예상보다, 설령 둘이 헤어지더라도 삼순이는 어디선가 씩씩하게 참 잘 살아가겠구나 하는 든든한 믿음이 먼저 생기실 겁니다.
삼순이와 달리 진헌이는 결말까지 봐도 마냥 이뻐해 주기 어려운 남주긴 합니다. 거기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더없이 거칠고 거침없는 행동들 때문에 조금 머뭇거려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후회남주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진헌이는 탑5 안에 드는 캐릭터지만요…!
저는 옛날 작품은 시대극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는 편입니다 :) 20주년 기념 감독판처럼 잘 정돈된 편집본도 좋지만, 가끔은 그 시절의 투박함과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원본을 마주하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인물의 모나고 찌그러진 구석까지 고스란히 지켜보며 감상할 때, 이 작품이 전하려 했던 진짜 온기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7화에서 진헌이 삼순의 배를 베고 눕는 장면이 있습니다. 삼순에게는 평생의 콤플렉스였던 부위를 두고, 진헌은 자연산 3중 베개라며 푹신푹신해서 좋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당신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웃으면 안 되는데 하고 읊조리다, 3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아픈 상처를 꺼내놓는 대목은 지금 봐도 뭉클하더라고요. 진헌은 자신이 운전한 사고로 인해 3명의 사람들을 잃은 이후 스스로 행복해지면 안 된다며 믿어온 사람입니다. 삼순이는 곁에 있기만 해도 유쾌한 에너지를 주니 그 앞에서 자꾸만 웃음이 터져버립니다. 왜 그런 말이 있죠? 재채기와 사랑은 참을 수 없다고… 오글오글하지만, 저 역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웃음이라고 믿기 때문에 진헌이 삼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도 그래서 납득이 갑니다.


이번 에세이를 마무리하며 삼순이의 독백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워낙 유명한 대사이지만, 여기에 살짝 설명을 곁들여 볼게요. 마지막 회에서 삼순이는 진헌과 행복한 연애를 이어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불쑥 찾아오는 두려운 감정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환영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행복하게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 오지도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하냐며,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삼순을 다정하게 타이릅니다. 그저 오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면 그뿐이라고 든든하게 삼순의 등을 토닥여주지요. 그 따뜻한 격려에 삼순이가 마음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하는 혼잣말입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 있겠구나. 연애라는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진 않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더 사랑하는 것.”
〈남자주인공이 망가져야 로코다〉는 매주 월요일에 정기 발행될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서 다룰 주인공은 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가 1930년대의 인물입니다. 경성 최고의 모던보이이자 뻔뻔하리만치 자신감 넘치는 남주인데요. 술김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여주를 꼬시려다 지가 넘어가고.. 사랑 때문에 독립운동까지 하게 되는 로코 작품입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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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깡 작가 (📧)
0원 벌고도 드라마 앓느라 밤새는, 가성비 최악의 프리랜서 작가.
드라마가 밥 먹여주냐고요? 아니요, 제 밥값이 드라마(OTT구독료)한테 갑니다.
그래도 손은 부지런히 움직여서, 웹드라마·웹예능 기획, 전자책 대필 등 글 쓰는 건 다 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제가 쓴 작품에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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